[기고] 성적표를 받은 자녀에게
한기온 대전제일학원 이사장
[기고] 성적표를 받은 자녀에게
웰에이징 코리아 | 편집부
한기온 대전제일학원 이사장
성적표를 받은 자녀에게
수능 성적이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12년간의 긴 학업 기간의 결과물을 학생들은 받아 쥐고 인정하는 학생도 있을 테고 인정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올해도 신문들은 전과목 만점자들 중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에 적합한 학생을 찾아 대서특필 하겠지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은 "전 그때 공부에 미쳤어요."라는 말과 동일한 말일 것입니다. 사실 따져 보면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루어내는 일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전국에는 31개 외고가 있고, 전국 단위 자사고 10개교, 지역단위 자사고 39개교, 국제고 7개교, 25개 예술고, 2,285개 일반고가 있습니다. 여기에 재수생 약 15만명이 합쳐져 약 70만명이 수능에 도전합니다. 이 치열하고 지난한 과정에는 운이 없고 오직 성실과 열정만이 필요하다는 것을 학생들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여실히 깨달았을 것입니다.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이 시점에서 학생들은 두 가지 생각을 할 것입니다. 하나는 ‘후회’이고 하나는 ‘진로’입니다. 돌이켜 보면 고3시절이 후회될 것이고 또 고2시절이 후회될 것이고 또 고1시절이 후회될 것입니다. 학교가 바뀌는 시기인 예비고1 3개월을 후회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적이 잘 나온 학생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할 것이냐, 아니면 더 공부해서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할 것입니다. 이 때 부모님께서 어깨 한 번 툭 쳐주고 격려와 방향을 제시해 준다면 자녀에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각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과 입시 전문기관을 찾아 자녀가 어느 정도의 대학과 과에 들어갈 수 있는지 발품을 팔아야 하겠지요.
뒤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을 자주 봅니다. 학교 생활에 부적응했거나 아팠거나 다양한 이유로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못하고 너무 이른 나이에 사회에 나가 그 찬 바람을 맞고 다시 공부해 보겠다고 결심한 학생들과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했으나 목표한 대학에 맞는 성적을 얻지 못한 학생들이 다시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 중에는 삼수, 사수를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는 어렵습니다. 세상에 공부만큼 또 어려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공부는 외우는 일이며, 하루를 온통 투자해야 하는 일이며 외운 것을 까먹지 않게 다시 반복하는 일이며, 이해가 안 되는 것을 이해될 때까지 파고들어야 하는 것이며, 오직 자신만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며, 외부의 유혹과 싸워 절제해야 하는 일이며 기초부터 밟아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세상 어떤 일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다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인정해주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녀의 앞날은 아직 창창합니다.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교육’이 삶의 중요한 근간이 되는 이 사회에서 사실 1,2년 늦게 사회에 진출한다 해서 크게 흠잡힐 일은 아닙니다. 1,2년 더 공부해서 자신의 원하는 대학과 과에서 적성과 능력을 창출해낸다면 그것도 아름다운 일이 될 것입니다. 후회하는 자녀를 위해 다시 한 번 도전을 권하는 것도 삶의 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후보들이 교육 정책 손질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을 봅니다. 그것은 이 사회가 ‘경쟁’ 사회이고,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입니다. 이 사회는 ‘잘 살고 싶다’는 건전한 욕망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공산주의가 이런 것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했다는 것을 인류의 근 역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이 사회가 경쟁을 피할 수 없고 자본을 피할 수 없다면 다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자본’에서 밀렸다 할지라도 다시 도전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언제든 풍부하게 주어지고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지며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길 이 땅의 모든 학부모님들은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수능은 끝났고 학생들은 성적표를 받아 쥐었습니다. 자괴감에 빠져 있든, 환호성을 지르든, 이 때만큼 학부모님들의 위로와 격려, 그리고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말 한마디가 필요한 시점도 없을 듯싶습니다. 대학을 들어가든, 재수를 하든, 아니면 사회의 직장 생활을 시작하든 자녀의 긴 인생을 앞두고, 또 지난한 학업의 길을 걸어온 자녀에게 격려와 희망의 말 한 마디는 강력한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편집부 FM교육방송 편집부 fmebsnews@fmeb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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